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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물건탐구 시리즈 3 - 단화

학군단 입단 시 개인적으로 가장 애지중지 아꼈던 물품은 베레모가 아닌 단화였다. 이상하게 구두를 신으면 그 특유의 뚜벅뚜벅 소리가 좋았다. 단화도 학교마다 선배들이 길들이는 방법을 각양각색 알려주는데 물광, 불광, 침광(?) 등 온갖 광을 내기 위한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전투화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데 평상시 대학생활하면서 단복과 함께 신어줘야 하는 필수 품목이므로 잘 닦고 관리를 해줘야 한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구두약을 발라 살살 묻힌 뒤 난닝구(?), 런닝 같은 얇은 천 재질로 문질러준다. 2차로 물이나 침을 묻힌 뒤 아주 뺀질뺀질 해질 때까지 계속 닦아준다. 처음에는 구두약을 바른 티도 나지 않고 계속 의미없이 먼지만 닦는 용도가 아닌가, 시간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 매일매일 정성스..

군대 2022.06.05

ROTC 물건탐구 시리즈 2 - 단모

쉽게 말해서 베레모라고 불리는 모자이다. 예전에는 특전사나 해병대 수색대 등에서 주로 썼는데 기동성 측면에서 전투모보다 당연히 우위에 있어서 사용하는 것 같다. 단점이라고 하면 햇빛을 전혀 가릴 수가 없다는 점과 재질이 면으로 되어있는 게 아니라 아주 얇은 보풀이 일어나는 털? 같은 재질이다. 여름에 머리 땀띠가 날 정도라 탈모인에게는 특히 좋지 못하다. 007 박스는 비밀번호만 설정하고 별다른 사용방법 숙지할 것이 없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모는 처음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멘붕이 온다. 특히 어느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각을 잡고 길들여야 하는데 처음 지급받으면 두리뭉실하게 쓰다 보니 제빵사가 되곤 하는데.. 베레모를 쓰려면 항상 거울을 보고 써주거나 거울이 없을 때에는 동기끼리 비뚤어지지 않았는지 체..

군대 2022.06.04

ROTC 물건탐구 시리즈 - 1. 007박스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대학교 새내기로 입학하면 길을 걸어가는 ROTC의 모습이 멋있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멋진 물건은 바로 007 가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가방을 지급 받았을 때 정말 애지중지 아꼈다. 보통 보안을 철저히 해야한다는 명목으로 가방 안에 절대 무엇이 들었는지 친구나 대학교 선후배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교육을 받는데(사실 아무도 관심 없음)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여기서 오픈하겠다. 이거 보안법 위반아니겠지? 바로 책이다. 진짜 별거 없다. 책도 전공책 두꺼운 거 두 권 이상 넣으면 너무 무겁고 불편해서 최대한 넣지 않으려고 한다. 군사학 수업이 있을 때에는 딱 군사학 책 한 권만 넣고 간다. 모나미 볼펜 검정색, 빨간색, 파란색 색깔별로 세워서 끼울 수 있는 공간이..

군대 2022.06.03

내 인생 통틀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ROTC 임관유예자 동계훈련

내 인생 통틀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ROTC 임관유예자 동계훈련이었다. 일반적으로 ROTC는 대학교 수업과 군사학 수업을 같이 듣고, 방학 때마다 여름에는 하계훈련, 겨울에는 동계훈련을 받게 된다. 요즘에는 많이 변했다. 하계훈련도 3학년, 4학년 중 한 번만 선택해서 간다고 한다;; 라떼는말이야! 엉? 당연히 하계훈련 두 번 다 했다고! 어쨌건 4학년 동계훈련까지 마치면 임관을 앞두게 되는데 학점에 문제가 생겨 졸업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임관식을 몇 일 앞두고 정말 충격적이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하게 쓰기로 하고, 학군단 3년차(?)..그러니까 대학교 5학년이 되었다. 내 동기들은 이미 obc교육을 받으러 전부 떠난 상태였고 임관복이 아닌 학군단복을 다시 입게 될..

군대 2022.06.02

ROTC 장교는 부사관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 2

원사는 정말 부대에서 가장 오래 계신 분일 수도 있을 만큼 짬과 경력이 무시무시한 계급이다. 이상하게 내가 있었던 부대에서는 원사가 족구를 그렇게 잘하더라. 물론 축구는 체력이 후달려서 뛰거나 오래 하지는 못한다..ㅋㅋ 앞서 말했지만 신임 소위가 원사에게 악수를 먼저 청하며 "자네가 주임원사인가?"를 시전한다면.. 어우 말만 들어도 끔찍하다. 군생활 꼬이는 걸로도 모자라 그냥 인생 망할 수도 있다. 무조건 존칭을 쓰고 대우를 해줘야 한다. 20년 가까이 군생활 한 사람에게 갓 임관한 다이아 1개 패기만 오지는 26살 소위가 왔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귀엽겠는가. 그래도 이 오만촉광 다이아 1개에서 2개, 3개가 되고 무궁화를 달기까지 키워주는 것이다. 키운다기보다는 보듬어주고 나중에는 서로 협력하는 사이..

군대 2022.06.01

ROTC 장교는 부사관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 1

예전에 이런 이야기가 많이 떠돌았다. 야전에 배치받은 신임 소위가 간부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그중 원사를 보고서는, "아, 자네가 주임원사인가?" 라는 레전드 말을 건냈다는 썰이다. 실제로 소위가 원사에게 반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 소위는 군생활 끝날 때까지 찍혀서 2년이 피곤해진다. 아마 지옥 같은 야전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계급체계로 따지자면 소위가 원사보다 높은 것은 맞기 때문에 할 말은 없겠지만 부대 내에서 10년 이상을 생활한 사람에게 반말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야전 부대에 배치 전 6개월 간의 OBC교육을 받게 되는데 장교가 되어 각 병과를 부여받아 병과에 맞는 전문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웃긴 건 야전에 투입되어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팁은 거의 없고 병과의 이론적인 부분만 교육..

군대 2022.05.31

ROTC의 군기와 가혹행위 마지막 이야기

학군단 1년 차가 끝나갈 무렵, 수많은 금지항목(pc방, 술집, 추리닝 등등)이 대부분 풀렸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2년 차 선배들도 obc(군대 입대 전 받는 6개월 간의 교육. 초군반이라고 부른다) 교육 전 여행을 간다거나 못다 한 개인 활동을 하느라 우리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후배들 구타와 폭언욕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졌고 어색할 정도로 잘 대해주었다. 밥도 자주 사줬고 농담도 하며 우리를 대했지만 대부분의 동기들은 마음속 한편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4학년 계급장을 달았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정훈공보장교라는 직책도 맡게 되었다. 새로 입단하는 가입단자, 그러니까 1년차 후배가 입단하게 되었고 4학년 선배들은 임관을 앞두고..

군대 2022.05.30

ROTC의 군기와 가혹행위 - 4

미친 싸이코 선배가 한 명 있었다. 평상시에는 멀쩡해 보인다.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성격이 활발해서 친구들도 꽤 많아 보였고 선후배 간 사이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전형적인 인싸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었지 학군단 후배들에게 대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조커를 연상시키는 미친놈이었는데.. 나는 대학교 3학년. 그러니까 학군단 1년 차 때 같은 학과 ROTC동기 두 명과 함께 총 셋이 엄청 큰 원룸에서 같이 살았다. 아무래도 생활패턴이 비슷하고 서로 의지가 많이 되니까 당시에는 고민할 것도 없이 결정했다. 근데 이 선배라는 넘의 횡포가 시작되었다 1. 갑자기 밤늦은 시간에 문을 두드린다. 우리는 "누구세요" 라며 문을 열었는데 그 선배가 보이니 당황해한다. "충성" "ㅇㅋㅇㅋ 앉아 앉아 편하게 있..

군대 2022.05.29

ROTC의 군기와 가혹행위 - 3

어느 새벽 잠자고 있는 와중에 집합하라는 전달 전화가 왔다. 집합 장소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어떤 초등학교. 허겁지겁 옷을 입고 같이 살고 있는 동기 두 명과 함께 뛰어갔는데 이미 도착한 동기들은 엎드린 상태에서 기합을 받고 있었다. 차례대로 옆으로 쭉 엎드려서 기합을 받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른다 그날 집합을 시킨 선배가 기수 선배 중에서도 가장 악질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만 대충 알 뿐..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먼 동기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 모였다. 그렇게 엎드렸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밀치며 뒤로 나자빠지고, 엎드린 상태에서도 발로 뭉개면서 전부 구르며 아수라장이 된다.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고 해산하는데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집으로 가는..

군대 2022.05.27

ROTC의 군기와 가혹행위 - 2

사주경계에 이어서 기합과 직접적인 구타가 있다. 폭언 욕설은 기본이지만 나는 사실 직접 때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단체기합은 항상 저녁에 학군단에서 이뤄지곤 했는데 어두컴컴해야 주변 사람들이 없고 소문이 안 나니까, 특히 학군단 건물은 연병장을 가로질러 휑하니 떨어져 있어서 일반 학생들은 평상시에도 올 일이 없었다. 저녁 6시에 모두 자리에 앉아있으면 선배 한 명이 들어와 커튼을 치라고 시킨다. 이때부터 1시간 정도 얼차려가 시작되는데 엎드려뻗쳐는 기본. 발로 차고 욕하고 아주 난리를 친다. 특히나 당시에 체력이 약한 나를 포함한 몇 명은 계속 쓰러지고 엎드리고를 반복했고 이미 땀은 온몸에 범벅. 벌벌 떨면서 기절해서 실려가는 동기도 발생했다. 귀가 갑자기 들리지 않는 동기도 발생. 그 순간만큼은 정..

군대 202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