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ROTC의 군기와 가혹행위 마지막 이야기

조낙타 2022. 5. 30. 08:00

학군단 1년 차가 끝나갈 무렵,

수많은 금지항목(pc방, 술집, 추리닝 등등)이 대부분 풀렸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2년 차 선배들도 obc(군대 입대 전 받는 6개월 간의 교육. 초군반이라고 부른다) 교육 전 여행을 간다거나 못다 한 개인 활동을 하느라 우리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후배들 구타와 폭언욕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졌고 어색할 정도로 잘 대해주었다. 밥도 자주 사줬고 농담도 하며 우리를 대했지만 대부분의 동기들은 마음속 한편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4학년 계급장을 달았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정훈공보장교라는 직책도 맡게 되었다. 

 

새로 입단하는 가입단자, 그러니까 1년차 후배가 입단하게 되었고 4학년 선배들은 임관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입단식과 승급식, 임관식을 같이 교내에서 하게 되는데..

 

떠나는 선배들을 위하며 우리 모두 한 명씩 돌아가며 인사를 해주었고 그중 동기 한 명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 동기는 정말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의 친구였다.

자기 의사도 크게 내비치지 않고 동기들 사이에서 묵묵히 본인의 할 일만 하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친구였는데 선배들이 떠나는 인사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선배님들이 싫습니다"

 

모두들 정적이 흘렀다. 그 이후 어렵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떠나가고 서로간에 잘 풀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습니다. 잘 가십시오"

 

그 친구가 이런말을 하다니 너무 당황스러웠고 선배들 또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고 선배들이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만큼 우리를 괴롭혔고 1년 내내 폭언과 욕설, 구타를 했기 때문이다. 

ROTC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 번 했었다. 친한 학군 선배에게 주말에 걸어가 펑펑 운 적도 있었다.

실제로 동기 중 한 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포기하여 바로 병사로 군 입대를 했다.  

 

왜 그렇게 심하게 후배들을 때리고 괴롭혀야 했을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선배들이 싫다고 말한 동기에 비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이런 엿같은 문화를 없애고 싶었고 잘 대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이렇게 4학년, 학군단 2년차 생활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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