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임관 후 소대장은 어떤 중대장을 만나는지에 따라 군 생활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게 된다.
오만촉광 소위 계급장을 달고 OBC를 거쳐 야전 부대 생활이 시작되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상급자는 대대장이 아니다.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중대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병사를 포함한 중대의 간부까지 분위기가 달라진다.
중대장도 출신을 따진다. 대부분은 ROTC 출신이거나 삼사관학교 출신도 일부 있는데 정말 예외의 경우 육사 출신의 중대장을 종종 볼 수 있다. 소위 시절에는 그나마 출신의 차이가 별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짬을 먹은 이후부터는 다르다. 실제로 내가 있었던 부대는 보급수송대대라 수송중대와 함께 생활했는데 수송 중대장이 육사 출신이었다.
체력은 병사들보다 훨씬 뛰어나고 축구도 잘했으며 머리까지 뛰어났다. 그야말로 정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단 한 차례의 실수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만 쭉 군생활을 이어간다면 중령과 대령, 별까지도 달겠다고 감탄한 지휘관은 그분이 처음이었다.
ROTC의 장점이 무엇인가, 다양성 아니겠는가. 정말 FM(정석)으로 생활하는 중대장과 진급에 목숨을 건 중대장을 만나면 부대원 모두가 피곤해진다. 진급에 관심이 없고 전역을 생각하고 있는 중대장을 만나면 모두가 편한 대신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거나 중대장 본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정상적인 대학 4년을 거치고 소위로 임관하게 되면 평균 24세인데 그때 내가 느낀 중대장의 이미지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정도로 느껴지는 아저씨 느낌이었다. 머리도 슬슬 빠지기 시작하고 항상 피곤에 절어있는 모습에 최소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날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중대장도 일반적으로 20대 후반에 직책을 맡게 된다. 그 말은 중대장을 맡으며 군 경력이 5년 이상 쌓이게 되면 급 늙는다는 것..(부사관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거의 할아버지 느낌)
소대장으로 야전에 나가게 된다면 1순위로 믿고 따라야 하는 인물은 무조건 중대장이다. 중대장이 아무리 무능할지라도 무시하지말자. 중위쯤 되면 중대장과의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꿋꿋이 따른다면 소대장을 잘 대해 줄 것이다. 사이가 좋지 않으면 소대장만 손해를 본다.
중대장은 직책에 따른 책임감이 중위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거워진다. 의지하면서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소위 시절처럼 부사관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잘해준다 하더라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고독한 자리다. 그렇기에 더더욱 처음 온 소대장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조금만 따라와 줘도 신뢰하게 된다.
사회생활과 마찬가지로 뒷담화를 할 필요도 전혀 없다. 차라리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면담 신청을 하던지 진지한 자리를 만들어서 솔직하게 어려운 점을 이야기한다면 군 생활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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