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문하사는 할만할까?

조낙타 2022. 6. 12. 21:40

장교출신 전역자 입장에서 바라본 전문하사는 과연 할만할까? 

나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가장 큰 장점은 간부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 그것도 평생. 

부사관, 장교 상관없이 모두 군 간부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살아가면서 군대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알 것이다. (면제자를 제외하고) 나조차도 유튜브를 시작할 때 가장 처음 올린 영상이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기들과 군대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하고 있으며 이 티스토리에서도 군대 이야기를 주구장창 써내리고 있다. 직장 생활을 더 오래 했지만 직장 생활보다 하루하루 더 스펙타클하고 기억에 남는 충격적인 사건이 워낙 많다 보니 끝도 없이 말하고 있는데 간부 생활을 함으로써 본인의 커리어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점은 경험이다.

커리어만 쌓는 게 아니라 간부로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게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엄밀히 말하면 지휘자나 지휘관은 아니기 때문에 병력을 통솔하지는 않지만 중대장, 소대장의 지시를 받아 병사들을 이끌며 생활한다. 병사로 지내보았기 때문에 가장 병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입장이 된다. 

세 번째 장점은 돈이다. 

사회에서의 최저 시급과 비교했을 때 사실 하사의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생활하는 환경이 완전 다르지 않은가.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고립된 환경에서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악착같이 아껴서 최소 천만 원 이상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바로 전역하고 어중간하게 복학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제대 후 해야할 계획 리스트를 만들고 무조건 해야겠다는 의지로 전역하더라도 막상 사회에 나왔을 때 그렇게 착실하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점만 있는건 당연히 아니다. 

단점은 부사관 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낮은 위치에 속하기 때문에 무시당할 수 있다. 소위가 육사, 삼사, 학군, 학사 출신으로 나뉘듯 부사관도 출신이 나뉘는데 겉으로는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부사관 서로 간에 은근한 눈치 싸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전문하사로 지원하기 전만 하더라도 천사같은 눈망울로 지원하라며 온갖 장점을 나열하는 주임원사와 행보관. 전문하사로 하사 계급장을 달고 들어오자마자 태도가 돌변해서 6개월 동안 일이란 일은 다 시키면서 갈굼을 당했던 케이스도 있었다. 

돈도 땡전 한 푼 못모으고 제대할 수도 있다. 돈을 쓰기 힘든 환경이긴 하지만 반대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펑펑 쓸 수 있다. 주말에는 점프해서 서울로 튀어나가 쇼핑도 하고 친구들과 술 몇 번 마시면 월급은 그냥 사라진다. 특히 여자 친구가 있다? 돈 모으기 힘들다. 모으기는커녕 빚 안 지면 다행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만큼 사용하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에 돈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다면 정말 빈털터리로 사회에 복귀한다! 

 

1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전문하사를 포함한 하사 계급으로 제대한 동생들을 보면 그래도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부대와 상사의 운이 따라주어야 군 생활이 천국과 지옥에서 갈린다. 

조금이라도 군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전문하사 지원, 나쁘지 않다! 무조건 제대해서 내가 원하는 것 다 이루겠다고 허황된 꿈을 꾸지 말고 아무리 싫은 군대지만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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