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보험사가 된 장교출신 전역자의 삶 2부

조낙타 2022. 6. 30. 07:58

장교출신 보험설계사의 삶 2부

매일 새벽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 불을 켜고, 할 수 있다는 나만의 구호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벌써 6개월이 지나간다. 그동안 우수사원 트로피도 받았고 이달의 실적 랭킹도 상위권으로 선배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통장에는 매월 500만원 이상, 많이 들어오는 달에는 1000만원이 찍히기도 했다. 

그러나 전화번호부 속 지인은 더이상 연락할 사람이 없었고 외근을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외근을 나가지만 만날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짧은 실타래처럼 인연이라도 닿았던 사람까지 모두 컨텍을 했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생각해볼께요, 다음에 하겠습니다 등등 거절의 말이 나오면 어떻게든 가입을 시키기 위해 설득도 해보고 부탁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다들 똑같았다. 자리를 회피했고 짜증을 냈다. 

 

나의 영업방식이 잘못된 건가? 선배들은 계약 건수를 가져오지 못한 나를 보고 영업력과 영업마인드에 대해서만 지적하기 일쑤였다. 

하루하루 지쳐갔다. 매달 들어오는 액수가 자신감만큼 줄어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성공할 것 같았던 나의 미래. 거의 다 온 줄 알았는데, 성공이라는 깃발을 잡기 일보직전 이었는데 다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떠나갔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회사에서는 그만두게 되면 지금까지 계약한 건수에 대한 일부 금액을 상환하라는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최근 몇 개월간 100만원도 벌지 못해 돈을 벌기는 커녕 군대에서 모은 돈을 까먹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 싶어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만두니 속은 후련했다. 짧지만 어려운 경험을 했다고 내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시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그만두었다고 말하니 그제서야 편하게 나를 맞이해준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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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기의 이야기를 짜집기 해 소설처럼 농담삼아 써보았는데 일부 실제 사건도 포함되어있다ㅎㅎ 

 

학군동기 중 보험설계사로 전향한 친구가 6명 정도, 선배도 2~3명 있었는데 전부 어떻게 되었는 줄 아는가? 90%는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 나머지 10%의 사람도 1년을 겨우겨우 채우고 나왔다. 

퇴사한 모두가 나에게 하는 말이 있었다.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성격이 맞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대부분은 취업할 때 좀 더 신중하지 못했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오랫동안 보험업종에 몸담으며 일하시는 분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보험사에서도 단기 전역자들을 지인영업으로만 피빨아 먹으며 내팽겨치는 이런 시스템 구조를 알고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나보다. 영업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몇 명만 관리직으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관리직은 새로운 사람을 뽑고 지인영업 후 계약 건수만 올리면 본인에게 일부 수수료가 들어오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렇게 굴러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20년 이전까지는 확실하게 그랬다. 

 

다음에는 변액유니버설보험으로 호구당할뻔 했떤 이야기를 써야겠다!! 나쁜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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