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보험사가 된 장교출신 전역자의 삶 1부

조낙타 2022. 6. 28. 20:10

보험사가 된 장교출신 전역자의 삶 1부

이번에 전역을 앞둔 조중위는 단기 복무로 전역을 앞두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급하게 취업 준비를 하는 동기들이 많이 보인다. 요즘 워낙 취업 시장의 문이 좁다보니 서류 통과조차 쉽지 않고, 면접 준비하랴 인적성 준비하랴 바쁘다. 하나 둘 씩 취업에 성공했다는 말이 들리면 더욱 더 조바심이 난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와중에 지난 번 벤츠를 끌고 와서 밥을 사준 학군 선배가 기억이 난다. 

시계도 로렉스에다가 정장을 멋있게 입은 모습에 등에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힘들 때 아무때나 연락하라는 선배의 말에 전화를 걸어본다. 

반가워하며 맞이해주는 그 선배는 xx보험의 재무 컨설턴트이다. 연봉 1억을 훌쩍 넘겼다며 매달 상장을 받는 것도 지겹다는 듯이 사진을 보여준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멋있고 어떻게 하면 그런 회사를 들어갈 수 있는지 혹해서 물어본다. 

"너는 내가 특별히 지점장님께 추천해줄께. 면접 한 번 봐라"

나만 특혜를 받은 것처럼 매우 신난다. 어둠 속 한줄기 빛 같은 존재로 보인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따로 추천을 해주는 걸까. 

그래, 내 열정을 보고 믿어주신걸꺼야. 서류를 부랴부랴 접수하고 면접도 떨렸지만 그럭저럭 잘 해냈다. 

바로 입사를 하라는 통보가 왔다. 나도 연봉 1억 찍고 외제차를 탈꺼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다. 부모님께도 멋진 아들이 되고 싶다.

교육을 받는 기간동안 입사동기 모두들 패기가 넘친다. 가르쳐주는 멘토들도 자신감을 가지라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금방이라도 월 천만원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에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도 피곤하지 않다. 전역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군인의 삶이 몸에 베여있다. 그래도 장교 출신인데 못할 게 뭐있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외쳐본다. 

 

소대장으로 복무했던 과거 시절이 떠오른다. 훈련에 몰입해서 병사들을 통솔했던 기억, 부사관들과 부대끼며 싸우기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풀고 농담따먹기를 하던 기억, 솔선수범하며 이 한 몸 바쳤던 2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며 마음을 다독인다. 

교육이 끝나고 실전으로 투입하는 날이다. 첫 날 부터 무조건 지인 영업이다. 내가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 계약이 될 만한 그룹, 계약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가망이 있는 그룹, 도저히 영업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그룹 등으로 세세하게 분석을 해본다.

전화기를 누르고 수화음이 울리는 순간..이 순간이 가장 떨린다. 

 

첫 달은 생각보다 계약 건수가 많았다. 그리고 보험 상품을 상대방에 딱 맞게 해주는 것보다 수수료가 좀 더 떨어지는 상품을 끼워넣기로 알게 모르게 판매했다. 800만원이 입금 되었다. 

아무리 대기업을 다녀도 신입사원은 월 400도 벌기가 힘든데 800만원이라니, 자신감이 생긴다. 단벌신사에서 벗어나 당장 주말에 수제 고급 정장 풀세트를 샀다. 100만원이 줄었지만 괜찮다. 아직 700만원이나 남았다. 시계도 사고 싶지만 당장은 참기로 하고 차를 사고 싶었다.

그래, 그 선배처럼 벤츠를 사자. 월 200만원 정도 내면 되는거 아냐? 

아니다, 나이들어 보이니 BMW로 사야겠다.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 풀할부 520D를 계약한다. 남자가 말이야 가오가 있지 3시리즈는 너무 작잖아?

당당하게 싸인하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영업사원이 아부의 말을 계속 붙인다. 와 사장님 젊으신데 대단하십니다. 무슨 일 하세요?

멋쩍어하며 재무설계 관련 업무를 한다고 둘러댄다. 급하니 즉시출고가 가능한 재고차량으로 선택했다. 색깔이나 옵션은 별로 상관없다. 

BMW니깐. 

드라이브를 하는데 벌써 성공한 것 같다. 이제 여자들도 꼬이겠지? 

계속 이대로만 간다면 집도 금방 살 수 있고 부모님 노후까지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달, 세 달 시간이 갈수록 월급이 줄어든다. 

온갖 수모를 겪기 시작한다. 

10년지기 친구들도 반갑게 만났지만 이 업종에 몸담고 있다는 말에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 온 불알친구는 마지못해 계약을 해주었다. 나머지 친구들은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화를 낸다. 

 

근근히 몇 개월 간 입에 풀칠을 할 정도로 벌다가 더이상 영업할 지인이 없다. 그렇다고 어디서 새로운 고객에게 응대할 건수도 없고 DB확보를 할 경로도 전혀 없다. 선배들과 지점장님은 파이팅을 외치며 이번달 실적 차트를 보여준다. 매일 아침마다 진행하는 영업실적 보고와 차트표. 계약 건 수가 많았을 때에는 당당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다들 어떻게 저렇게 영업을 잘 하는거지? 내가 정말 영업을 못하는 건가? 발로 뛰어야 하는데 행동이 부족한건가? 사람 관리를 못 해서 연락할 사람이 없는건가? 온갖 걱정과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가입했던 친구가 갑자기 사정이 생겼다며 보험 해지를 물어본다. 또 만나러 급하게 달려갔다. 지금 해지를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내가 받은 보수를 전부 토해내야 한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러나 친구는 끝까지 해지를 해 달라고 한다. 결국 솔직하게 말한 후 지금 해지하면 내가 당하는 금전적인 손해가 워낙 크다보니, 최소 가입기간을 맞추기 위해 나의 돈을 납입해 주기로 했다. 

 

가입된 친구가 연락이 오면 괜히 불안하다.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도 대답해주기가 귀찮다. 새로운 계약건을 따내지 못하면 이번 달도 거지가 된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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