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여자 ROTC 지원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조낙타 2022. 6. 26. 12:08

여자 ROTC 지원을 고민하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

요즘은 학군단 모집 시 성별의 구분을 두지 않고 여자도 학군단 후보생의 기준에 맞으면 ROTC생활을 할 수 있으며 임관 후 장교로 입대할 수 있다. 내가 군 복무할 당시에는 여군 ROTC 출신이 없어서 대부분 장교는 학사장교 출신이 많았다. 앞으로 군대 내에서 여군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ROTC도 여자의 비율을 조금씩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대 내에서 여군이 꽤 많았고 2년간 같이 생활하면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왜 지원하고 싶은지 지원 의도가 확실해야 한다

혹시 왜 ROTC를 지원하고 싶은가? 자기소개서에도 기재를 하고 면접을 보게 된다면 지원 동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지만 그런 형식적인 지원 의도를 물어보는 게 아니다.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개고생을 하고 싶은 이유를 마음속으로 물어봐야 한다. 

여자 ROTC 지원하고 싶은 이유

  • 요즘 취업난이 심한데 그래도 장교로 전역하면 취업에 도움이 좀 될 것 같으니까 지원해보자.
  • 부모님(또는 오빠)이 장교 or 부사관 출신인데 나도 부끄럽지 않은 가족이 되도록 지원해보자.
  • 어렸을때부터 군인을 선망했고 다른 여자들보다 체력도 좋은 편인데 군인 체질이 맞는 것 같아. 
  • 나라를 지키러 간다.
  • 멋있으니까 지원한다. 

첫 번째 케이스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지원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랜드를 포함한 일부 대기업에서는 장교 출신을 선호했고 실제로 전역예정 장교를 별도로 채용하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취업할 때 서류에 중위 출신으로 이력서에 적을 수 있고 면접 때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좋은 메리트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면접 시 말을 잘 못하거나 스펙이 떨어지면 아무리 장교 출신이라 하더라도 탈락한다. 취업에 가산점을 바라고 ROTC를 지원한다? 꿈도 꾸지 마라. 아주 조금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산점이 있을 뿐이지 그것만 바라보며 지원하게 되면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부모님이 군인이어서, 오빠가 장기 복무 중이라 지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군인 가족이니까 나도 군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같은데 왜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가? 군대가 본인에게 잘 맞을지 안 맞을지도 모르는데 반 강제적으로 어렸을 적부터 군인이어야 한다는 세뇌교육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군인이 멋있고 나는 체력도 좋은 편인 것 같아, 그러니 군 입대를 하자고 생각하는 경우 체력이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최소 2년을 복무하기 위해서는 체력만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 체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군대는 인내심의 최대치를 기를 수 있는 인성테스트 교육장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대장, 대대장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것은 무조건 해내야 한다. 못하면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고 그야말로 사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까라면 까' 문화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절제력도 최대치로 기를 수 있다. 간부이지만 군 내에서 그렇게 통제하는게 많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본인의 멘탈을 다스리지 못한다? 여군 생활은 지옥일 것이다.

나라를 지키러 간다는 의무감에 가득 차신 분이 아주 극소수이지만 있다. 그냥 존경합니다(물론 나는 본 적 없음) 

 

멋있으니까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은 못 하지만 정말 멋있어 보여서, 대학교 캠퍼스 생활도 멋진 단복에 베레모를 쓰고 007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게 멋져서 지원한다. 주변 친구들이 나를 부럽게 보는 시선도 나쁘지 않다. 

학점관리와 체력도 다행히 기준에 통과해서 ROTC 합격을 했다고 치자. 야전에 가서도 부러운 시선을 받을 것 같은지 생각해보라. 부서운 시선이 아니라 각종 욕설과 음담패설이 난무한다. 남군들이 우글우글한 곳에서 성희롱까지 들을 수도 있다. 그걸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성별을 바꿔서 여자였다면 지원 안 했을 것 같다. 정말이다. 단기복무를 하지 않고 천성 군인으로 내 인생을 걸어보겠다! 라고 한다면 충분히 메리트가 있겠지만 단기 복무 자원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군의 장점을 모르겠다. 대학교 3학년, 4학년. 그리고 방학 때마다 훈련을 다녀와야 하고 OBC교육에 자대 복무까지 총 5년 정도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차라리 일반 취업준비를 하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게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월등히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군 ROTC 지원은 정말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왜 지원하고 싶은지 가슴속으로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 남들에게 보기 좋아서, 멋져 보여서 지원한다는 건 철없는 어린아이의 생각이다. 20대 다 큰 성인으로 그렇게 단순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입대한다? 나중에 못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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