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장교 채용에 너무 목숨걸지 말라

조낙타 2022. 7. 4. 20:32

전역장교 채용이 없어지는 추세이지만 아직 일부 기업들은 이맘때쯤 장교채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지원 안 하길 추천한다. 

장교라를 명목으로 채용해 놓고서는 군대보다 더한 꼰대 문화와 갑질이 시작된다. 야근은 기본, 주말까지 일을 시키면서 터무니없는 희생을 강요한다. 이유는? "너는 장교출신이니까"

 

이게 얼마나 엿같은거냐면 취업하려는 절박함을 이용해 20대 청춘을 전부 희생시키고 단물을 빨아먹는 악덕기업의 표본이다. 전역장교 채용으로 취업을 했던 동기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예전에는 가장 먼저 x랜드에서 전역장교 채용을 했었다. 실제 동기 중 합격한 친구가 있어서 다들 그 친구를 부러워했다. 회사 이름만 이야기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기업이니까. 거기다가 대기업으로 일반 직장보다 연봉도 높은 편이었다. 

2년 정도 지나서 학군모임에 그 친구도 나왔다. 요즘 회사 잘 다니고 있냐고 물었는데 진작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이유를 물어보았다.  

 

기독교 직원을 유난히 많이 뽑는다 싶었는데 일요일에도 종교 활동을 강제로 참석시켰다. 새벽 출근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건 기본에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량으로 한 명씩 나가 떨어졌다. 돈을 버는 대신 몸이 망가지는 생활을 한다면 누가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부산 해운대 근처 유통업체 전역장교 채용이 있어 면접을 보러 갔었다. 확실히 다들 전역을 앞두고 있어서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고 내차례가 되어 5명이 한 조로 면장장에 들어갔다. 의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부 앉지 않았다..? 한 명씩 소개를 해보라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보았던 면접 중에서 최악의 면접장이 될 것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목소리가 거의 터지도록 한명씩 소개를 했다. 무슨 소리지르기 경연대회를 하는 줄 알았다. 마지막 순서인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평범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소개했고 당연히(?) 떨어졌다. 

두 번째 장교출신 면접을 갔는데 이번에는 나를 공격하는 면접관이 있었다. 거의 저격 수준으로 "자네는 장교 출신인데 왜 이렇게 차분한가? 목소리가 별로 크지 않다, 인적성 검사 결과를 봤는데 점수가 너무 이상하게 나왔다, 솔직하게 작성한 것이 아닌가? 등등 온갖 핀잔을 주었다" 

하나하나 대꾸하고 싶었지만 질문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럴 가치가 없다고 느껴져 반박하지 않았고 이곳 역시 떨어졌다. 괜히 헛걸음만 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위에서 말한 두 업체가 8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냐면,

유통업체는 갑질 문화와 입점 점포에 대한 폭언 욕설 사건이 터져 여러 지점이 대부분 폐업을 했다. 본사와 지점 몇 곳만 겨우 남은 상황이고 그 남은 곳에서마저 사람들의 평판이 좋지 못해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급하다. 

두번째 회사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요즘은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더이상 희생만을 요구하는 회사에 억지로 남아있을 필요도 없으며 더 좋은 여건의 회사가 있다면 옮기는 것이 트렌드다. 

회사에서도 사람이 귀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무작정 희망만을 요구하면서 말도 안되는 지시를 내려 '까라면 까"라는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전 직장에서 상사가 소리 지르면 모든 직원이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입을 닫아야 했다. 유일하게 반박했던 타이밍은 도저히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만둔다고 소리쳤던 때이다. 속이 후련했다. 왜 더 빨리 그만두지 못했을까. 2년이라는 시간동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입사 동기들 4명은 전부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지만 나는 버티고 해낼거라는 마음을 먹고 악착같이 버텼다. 욕갖 욕을 먹으며 새벽에도 상사들이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로 나를 불러 몇 번이나 불려갔다.

 

지금은 나이도 들고 사회생활의 맛을 오래 보아와서 말도 되지않는 지시나 갑질을 시킨다면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하 수 있다. 

"ㅈ까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