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ROTC 물건탐구 시리즈 3 - 단화

조낙타 2022. 6. 5. 19:05

학군단 입단 시 개인적으로 가장 애지중지 아꼈던 물품은 베레모가 아닌 단화였다. 

이상하게 구두를 신으면 그 특유의 뚜벅뚜벅 소리가 좋았다. 

 

단화도 학교마다 선배들이 길들이는 방법을 각양각색 알려주는데 물광, 불광, 침광(?) 등 온갖 광을 내기 위한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전투화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데 평상시 대학생활하면서 단복과 함께 신어줘야 하는 필수 품목이므로 잘 닦고 관리를 해줘야 한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구두약을 발라 살살 묻힌 뒤 난닝구(?), 런닝 같은 얇은 천 재질로 문질러준다. 2차로 물이나 침을 묻힌 뒤 아주 뺀질뺀질 해질 때까지 계속 닦아준다. 

 

처음에는 구두약을 바른 티도 나지 않고 계속 의미없이 먼지만 닦는 용도가 아닌가, 시간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 매일매일 정성스럽게 닦으면 조금씩 광이 나기 시작한다. 

 

 

전역하고 10년이 지났는데 어쩌다보니 정장을 입는 회사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ROTC 생활을 하면서 나름 장점을 꼽자면 와이셔츠 다림질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넥타이를 눈감고도 멜 수 있다는 것과 구두를 자연스럽게 길들이는 법을 알아서 이런 기본기가 회사생활에 조금이나마 적응하기 쉽게 만들어 주었다. 

 

4학년으로 올라가면 군기가 빠져서 3학년 때보다는 단복 관리를 덜하게 되지만 나는 자기만족 겸 똑같이 단화를 자주 닦았고 똑같이 생활하려고 애썼다. 

 

임관하기 전에 새로운 전투복과 함께 단화도 새롭게 지급을 해주지만 영 발이 편하지 않아서 길들여져 있는 단화를 그대로 신었다. 전투화도 밑창이 닳고 정말 찢어질 때까지 신었는데 3학년 처음 지급받은 전투화를 임관하고 야전에 가서 더 이상 신을 수 없을 때까지 신고 버렸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육사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1억이면 ROTC 한 명을 양성하는 비용이 2천만원인가 그 정도로 인원이 많고 드는 비용은 저렴하기 때문에 단기 자원으로 만들기 좋다는 이야기였는데, 

 

물론 육사는 엘리트가 맞고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건 인정. 그렇다고 모든 학군장교들이 싸구려에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오산이다. 우리 동기 중에서도 정말 대단한 인재들이 많았고 전국 각지에서, 온갖 주특기를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개성으로 치자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출 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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