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ROTC 물건탐구 시리즈 4 - 단복

조낙타 2022. 6. 6. 12:45

ROTC물건탐구 시리즈 단복

 

단화, 단모, 007박스 등 기타 물품들을 먼저 소개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옷은 역시 단복이다. 

단복 사이즈를 재고, 와이셔츠와 함께 지급받는데 단복의 경우 하계용 반팔 와이셔츠, 동복용은 정장 마이같이 생긴 상의가 함께 지급된다.  

 

후보생이 되기 전 가입단자 신분으로 와이셔츠 다림질이 가장 터득하기 어려웠고 줄을 잘못 잡거나 구겨진 부분이 있다면 구타와 폭언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긴장하면서 다려야 했다.

 

한 명씩 차례대로 와이셔츠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동기 한 명이 유난히 와이셔츠에서 빛이 날 정도로 너무 잘 다렸다. 검사하는 선배가 수상쩍은 눈빛으로 솔직히 말해봐, 너 이거 직접 다린 거 아니지?라고 물었는데 그 동기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네.. 저희 어머니가 해주셨습니다"

 

아.. 우리는 역시 이 정도로 완벽하게 직접 다릴리가 없지 싶은 안도의 한숨(?)과 구타가 시작될 거라는 것을 감지했다.

 

예상한대로 다림질 검사가 끝이 나고 곧바로 얼차려가 시작되었다. 그 동기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정말 하다하다 안되니까 부모님께 부탁했겠지. 아니면 다른 동기 중 몇 명도 부모님께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밤늦은 시각 교육이 끝나면 와이셔츠 다림질을 만족할 때까지 계속했고 처음에는 2시간이 넘게 걸렸었다. 와이셔츠 한 장 다림질하는데 2시간이 걸리다니,

 

문득 내가 1학년 때 기숙사에서 같이 지낸 방돌이 룸메이트 형이 생각났다. 

내 인생에서 정말 많은 영향력을 가졌고 어쩌면 이 형으로 인해 ROTC를 지원해 인생이 바뀌게 되었는데, 그 형이 당시 학군단 1년차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 입장에서 학군단 체험을 간접적으로 보고 듣다보니 흥미가 있었다. 

 

 

기숙사 9시30분 점호가 끝이 나고 다림질을 하러 간다길래 그런가 보다 하면서 잘 다녀오라 그랬다. 근데 11시가 넘어도 방에 돌아오지 않길래 다림질하는 방으로 가보았다. 

칼을 제련하는 도공처럼 칼각을 잡기 위해 땀을 흘리며 다림질을 하고 있었다. 그때 너무 어이가 없었고 뭐 하는 거냐 물어봤지만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다림질을 한다는 대답을 했었는데 그 장면이 아직 기억난다. (결국 12시에 먼저 자고 있었는데 1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학군단 1년차에는 그 많은 규제 중에서 단복을 줄이기 말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위아래 모두 좀 펑퍼짐하다. 단모도 각이 잡히지 않아 제빵사의 빵모자와 비슷하고 모든 게 4학년보다 엉성하다. (물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구분을 못한다. 군인끼리 봐야 복장을 알 수 있듯이 학군단도 비슷하다. 학군단 소속끼리만 알 수 있다)

 

2년 차가 되어 정장 마이도 몸에 딱 맞게 줄이고 태가 좀 살아난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셔 살이 찌기 시작한 일부 동기들은 너무 딱 맞게 단복을 줄였다고 투털 대기도 한다. 

 

지금은 임관복만 보관하고 있지만 단복이야 말로 내 대학생활 2년을 가장 멋지게 보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옷들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