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충북 청주에서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 거주자인 나는 회사의 업무차를 빌려 새벽부터 달려야만 했다. 서울을 빠져나오기만 해도 1시간이 걸렸고 지루한 운전 끝에 장장 3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고 점심을 먹은 후 마무리는 카페에서 수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다시 올라오기가 너무 힘들어 지도 어플을 켠 후 중간 아무 곳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아니 나도 언제 결혼할 줄 모르고 영영 결혼할 수 없을 수도 있는데 매년 친구 결혼식만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죽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다시 일상생활의 안정화가 될 때 쯤 ROTC동기의 결혼식이 또! 충북 청주에서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더 슬픈 사실은 결혼 시작 시간도 11시 30분으로 빨라졌다는 것.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우리 집에서 어림잡아 새벽에 7시30분 쯤에는 나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계산이 나왔고 도저히 안될 것 같았다.
마침 나의 절친이 약속이 있어서 KTX를 예매한 후 오송역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고 결혼식장에서 인사만 바로 한 후에 뷔페를 먹고 다시 KTX로 올라오는 계획을 짰다.
08:40분 -> 09:00 서울역 도착
09:25분 -> 10:09분 오송역 도착
오송역 크리스피도넛에서 20분 휴식
10:30 -> 10:45 결혼식장 도착
신랑 얼굴보며 인사. 인사하자마자 뷔페를 먹는다
11:00 -> 11:20 각종 음식을 입에 욱여넣는다. 먹는 게 아니고 음미할 수도 없다. 그냥 배에 집어넣는 느낌.
11:23 접시를 다 비울때 쯤 택시 어플을 켜서 호출을 부른다
11:26 -> 11:38 오송역 도착
11:51 -> 12:46 서울역 도착
13:20 집 도착
나는 지금까지 결혼식이라 하면 행사도 끝까지 다 봐야 하고 사진 촬영까지 기다려주면서 뷔페도 한 시간 정도 느긋하게 먹고, 신랑 신부가 인사 오면 축하해주고 남은 사람들끼리 카페에 가서 2시간 정도 수다를 떨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결혼을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사실 워낙 정신이 없기 때문에 친구나 지인들이 밥을 먹는지, 오래 기다려주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냥 와준것만 하더라도 감사할 입장이다.
그날만큼은 신랑신부가 인생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온전한 나의 시간을 하루 종일 남의 결혼식장에 쏟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30분, 1시간 일찍 올 필요도 없으며 행사를 시작하면서 좀 늦게 도착해도 괜찮다. 지금까지 나는 왜 이런 압박감이 시달려야만 했을까. 남들이 나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눈치를 본 게 아닐까.
그렇게 수많은 결혼식을 다녀오고 이번에 역대 최소 시간으로 결혼식을 다녀온 결과의 차이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 참고로 여름 결혼식은 복장도 정장을 입기가 뭐하고 참 애매하다. 날씨도 더운데 정말 방문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니까 큰 부담을 가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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