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군을 좋아하는 이유는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행군을 좋아한다. 변태 같지만 행군이 모든 훈련을 통틀어서 가장 쉬웠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갈 때에도 항상 80L 배낭을 메고 사방을 돌아다닌다. 구글 지도 하나만 켜면 두려울 게 없다ㅎㅎ 처음 행군을 했을때는 학군단 기초군사훈련. 20km를 걸었는데 너무 긴장을 많이 했다. 다들 처음이기도 하고 전투화는 잘 적응되어 편한지, 군장의 짐도 재점검하면서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기기에 바빴다. 점점 걸을수록 긴장이 풀리면서 주변의 시야도 잘 보였다. 도로 옆의 논밭에서 나는 풀내음, 자동차가 쌩쌩 지나가고 민간인 한 두 명이 우리를 쳐다볼 때 눈을 마주쳤다. "와 군인 아저씨다!" 외치는 아이에게 "우리 아저씨 아니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