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자전거 영업사원의 하루 - 2

조낙타 2022. 8. 10. 11:59

영업사원 한 명당 평균적으로 서울 경기권을 기준으로 담당하는 거래처는 20개~30개 정도 된다. 

지역으로 나누었을 때 선배들은 좋은 거래처.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는 거래처들을 담당하고 신입사원은 판매가 되지 않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촌동네 거래처들을 받는다. 

내가 담당하는 거래처는 노원을 시작으로(노원만 좋다)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 철원이었다..

전역하면 내 인생에서 다시는 포천 땅을 밟지 않을 줄 알았지만 또 포천을 올 줄이야.. 그리고 땅끝 철원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선배들은 회사 근처 강북, 은평, 서대문구 등 거리도 가깝고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판매가 잘 되어 주문이 절로 들어오는 금싸라기 거래처들 위주로만 담당했다. 무엇보다 불공평하다 느꼈던 점은 영업사원의 실적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본인들이 영업을 잘해서 그런 줄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다 참다가 거래처 바꾸자고 한 번 대들었는데 너는 영업스킬이 부족하다느니, 거래처 사장님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다는 등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대며 끝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본인의 자동차를 이용하다보니 새로 산 나의 자동차는 하루 평균 200~300km를 주행하여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2년간 딱 100,000km를 찍었으니 얼마나 달렸는지 감이 오지 않는가? 택시 수준은 아니지만 영업사원 치고는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주행을 하고 다녔다. 가뜩이나 쉐보레 차라 해가 갈수록 감가를 뚝뚝 쳐맞았다.

 

컨테이너로 인기 있는 자전거가 창고로 들어올 때면 각자 대리점에 판매할 수량을 배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색상이나 사이즈도 선배들이 우선 순위로 더 많이 가져갔다. 당연히 많이 판매하는 거래처들이니 인기 있는 자전거도 그 비율에 맞게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가 되었지만 망해가는 나의 거래처들 입장에서는 원하는 자전거 수량을 확보하지 못해서 고객을 놓치니 영업사원의 능력이 부족해 자전거를 못 가져오는 것이냐고 욕을 일삼았다.

요즘은 젊은 사장님들이 빠릿빠릿하게 장사를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신도시나 새로 생긴 대리점은 이미지가 괜찮은 편인데 아직까지도 지방이나 촌은 허름한 난닝구를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할아버지 사장님들이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거래처의 사장님 대부분이 그랬다. 요구하는 것도 까다롭고 욕도 심하게 하다 보니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선배들은 그걸 아니까 자기 거래처를 포기 못한다는 것이었고 나만 하루하루 지쳐갔다.

 

급여와 성과급은 높은 편이어서 욕을 하면서 그만둘까 생각하다가도 자본의 맛을 보고 그만두지 못했는데 나와 함께 입사했던 동기 4명 중 3명은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빤스런을 쳤고, 남은 한 명의 동기도 1년을 채운 뒤 그만두었다. 나만 2년 넘게 악착같이 버텼던 것이다.

 

당시 한 명이라도 나에게 잘 대해주는 선배가 있었다면 참고 다녔을 수도 있지만 지점장을 포함한 직원들 모두 각자도생, 후배를 위한 마음은 개뿔, 단 하나도 없이 자기들 이익만 챙기기 급급했다. 그렇게 버티다가 정신 나간 사건이 몇 개 있어서 다음날 곧바로 모든 걸 내팽개치고 바로 퇴사를 했다. 좋지 않게 퇴사를 했지만 더 이상의 미련도 없었고 오히려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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