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실적압박이 있는 회사의 영업사원 진로를 절대 비추천하는 이유

조낙타 2022. 8. 11. 12:58

자전거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어이없었던 영업방식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앞서 말한 영업사원의 일과와 평상시 업무를 보면 정말 별거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운전하며 대리점 사장님을 한 분씩 만나면서 스틱커피를 얻어 마시고, 노가리 좀 까다가 필요한 자전거나 부품이 있는지 주문을 받아 노트에 기록한다. 업무 종료시간에 맞춰서 복귀한 후 전산으로 주문받은 전표를 발행. 

일일 목표를 채우면 깔끔하게 퇴근한다. 

1년치 영업목표가 있고 그것을 12개월로 쪼갠 월 판매대수와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다시 20 영업일로 나눈 일 목표가 있다. 

정상 목표를 채우고 마음 편하게 퇴근한 적은 한 달에 3번이 되지 않는다. 

 

기본 목표가 워낙 높게 잡혀있다 보니 매월 초부터 영업사원을 쪼으기 시작한다. 초부터 판매량이 부진하면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목표를 채우기 힘들어진다는 명분이다. 

중반쯤 되면 압박이 심해진다. 이렇게 가다가는 월말 목표를 못 채울 것이 뻔히 보이니 땡길 수 있을 만큼 전력을 다해서 땡기라고 온갖 욕설과 압박이 시작된다. 

월말이 된다? 만약 그달의 목표를 채웠다면 미리 땡겨서 다음 달 실적을 편하게 가자며 채찍질하고 목표를 못 채웠다면 지옥이 시작된다.

심할 때에는 아침부터 난리를 치고 실적 못채우면 저녁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라고 엄포를 놓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 무서워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들어가면 욕부터 들어먹으며 퇴근을 시켜주지 않았으니까. 

선배들은 요령이 생겨 월 말이 다가오면 일부러 몇 일 동안 주문받은 물량을 숨기고 있다가 정말 필요할 때, 욕을 들어먹지 않기 위해서 비장의 숨겨놓은 전표를 발행했다. 

나는 이미 하루하루 애타게 주문받아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이어서 그런 게 없었다. 다른 선배들은 전부 열심히 영업하면서 목표를 채우는데 뭐하는 새x냐고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지금은 이런 일이 대부분 없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여기서 말로 풀어낼 수 없을만한 일들이 수없이 벌어졌다. 

한번은 경쟁사에서 뉴스 사건이 하나 터졌다.  매일매일 실적압박에 시달리는 영업사원 세 명이 돈을 모아서 창고를 하나 마련한 뒤에 물건을 주문받은 척 대리점에 공급해야 할 자전거들을 창고에 차곡차곡 넣게 되었다. 그만큼 숫자로는 전표를 발행했으니 영업실적을 달성한 것 처럼 보였겠지만 전부 거짓말인게 들통난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냥 그만두면되지 바보들인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막상 내가 동종업계 영업사원으로 실적 압박을 겪더보니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영업사원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현실성 없는 목표를 추구하며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회사다 싶으면 뒤도 돌아볼 필요 없이 당장 때려치우길 권한다. 나처럼 바보같이 2년을 버티면 몸과 정신 모두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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